작품소개
친애하는 여름에게.
나는 나의 불행을 함께 한 네가 싫었다.
아버지를 여의고, 첫사랑을 끝내고, 가세가 기울고,
좋아하는 것마저 사치라 느끼게 한 모든 계절이 너였다.
매년 몸살처럼 앓아야만 지나가는 네가,
이번에도 변덕인 듯 첫사랑을 내게 데려온 너 때문에.
“욕심내. 네가 정말로 나랑 끝을 볼 생각이면 말이야.”
“……끝내기 위해서 가지라고? 그건 미친 짓이야.”
“내가 미친 사랑을 했나 보지.”
그와 기어이 끝을 보기 위해 선을 넘을 작정을 했다.
여름이어서, 짜증나도록 더워서.
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못 배겼을 그런 날씨였던 거라고.
내 마지막 핑계가 되어준 너로 인해 나는.
“……하자, 뭐든.”
“나랑 해.”
그와의 미친 짓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