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견디는 방법 같은 건 없어요. 어떨 땐 일이 일로 잊히기도 하죠. 참 신기하게도 한 사람의 죽음이 다른 사람을 구하려 정신없이 뛰는 동안에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돼 버리기도 해요. 그래도 안 잊혀지면 억지로라도 냉정해지려고 해요. 나와 내 가족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려고 하는 거죠. 안 그러면 이 일은 못 하겠더라고요.”
그는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아이처럼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걷다가 내가 지키고 싶은 사람이 안전하게 잘 자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조이 씨 방이 어느 쪽인지 몰라서 그냥 창문마다 눈도장이나 찍자고 했는데, 조이 씨가 문을 열고 나왔어요.
안전하게 잘 지냈다는 확인도 했고, 서조이 손도 잡았고, 서조이 안아보고, 뽀뽀까지 했으니까 오늘은 완전 성공했네요.
잘 자요. 개운하게 자고 일어나서 연락할게요.>
창밖으로 부는 바람에 눈이 싸라락 날리는 소리가 들린다. 물을 많이 머금은 눈은 쌓이지 않고 내일 아침엔 마당을 촉촉하게 적셔 놓을 것이다.
겨울이 마지막을 툭툭 털어내며 북쪽으로 떠나가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