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건 내 낙인이야, 네가 내 거라는.”
13년 전 사고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 인연을 이어주는 붉은 실을 보게 된 수연.
우연히 참석한 결혼식에서 거친 매력을 지닌 이현과 얽히게 된다.
수연은 표정 변화 하나 없이, 고개를 비틀었다. 그가 한 말을 따라 내뱉었다.
“놀잇감?”
그가 성의없이 고갯짓을 했다. 긍정의 의미였다.
“…사람에게 놀잇감이라는 말 쓰는 거 아닙니다.”
“뭐?”
“그런 식으로 말하니 신부가 결혼식날 도망을 가죠.”
그 얼굴을 보고도. 기가 막히다는 얼굴을 하는 남자를 향해 수연이 피식 웃었다.
“내가 틀린 말 했어요?”
잠시 침묵하던 남자가 작게 웃었다. 언제 사람을 압도했냐는 듯, 순식간에 풀린 눈매가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리고 나직하게 대답했다.
“아니. 맞아.”
아까 같은 그런 비틀린 미소다.
휘어진 눈매는 상냥했지만, 그의 미소는 뱀처럼 간악했다.
이현의 네 번째 손가락에 매어진 실을 보며 수연은 저런 인간도 짝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하지만 자신의 뺨에 닿았던 그 손의 네 번째 손가락의 붉은 실은.
“…이런 새끼랑 내가 인연이라고?”
애석하게도 수연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과 이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