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과외가 끝나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그가 열흘 만에 처음으로 말을 걸어왔다.
“당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미친놈이라고 할 겁니까?”
햇살을 등진 모습이 지나치게 색정적이었다.
벌건 대낮에 어떻게 이토록 강렬한 페로몬을 흘릴 수 있는지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것 좀 놔줘요. 누가 보면 오해하기 딱 좋겠어요.”
줄곧 절박하게 굴던 그가 느닷없이 코웃음을 쳤다.
“쉽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막상 부탁이 안 먹히니 웃음이 나오는군요.”
“이건 부탁하는 태도가 아니죠.”
“흐음. 그래서 거래와 협박 중에서 어떤 거로 고를지 고민 중입니다.”
거래는 그렇다 쳐도 왜 날 협박해? 협박을 해도 내가 해야지!
“결혼할까요?”
기가 막혀서 진짜!
“우리 둘이 있을 땐 상담사, 남들 앞에선 아내 어떻습니까?”
“누구 맘대로 결혼해요?”
“결혼은 최선책이었고. 차선책은.”
승혁은 포위망을 좁히듯 느릿느릿 영인의 주변을 한 바퀴 돌았다.
“그쪽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는 것.”
어쩌다가 승혁이 놓은 덫에 걸린 것 같다.
J그룹 후계자의 비밀을 알게 됐으니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