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20년간 노예로 구르다가 흑화해서 제국을 멸망시키는 주인공.
하필이면, 그 악역 같은 주인공에게 죽는 엑스트라에 빙의하다니…….
살아남으려면 무조건 주인공의 흑화를 막아야 한다.
돈은 썩어 넘칠 만큼 많아서, 주인공을 경매에서 사 왔다.
“키안입니다. 앞으로 주인님을 성실히 모시겠습니다.”
실제로 본 주인공은 피에 젖은 학살자와는 거리가 먼 얼굴이었다.
흑화하기 전엔 세상 착한 성격이어서 살았다.
주인공이 마법사로 각성하기 전까지.
사랑과 정성으로 돌봐 흑화를 막는 데 성공하나 했는데…….
*
내가 노예 매매 증서를 태워 버리려고 하자 키안이 말했다.
“주인님. 왜 저를 버리려고 하시는 겁니까?”
가련한 표정과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에 나는 순간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추스르며 말했다.
“버리다니. 난 너를 자유롭게 해 주려는 것뿐이야.”
“...주인님께서는 이제 제가 필요 없다고 말씀하시는군요.”
“그런 게 아니-”
나는 말을 끝맺을 수 없었다. 성큼 거리를 좁힌 키안이 깊이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그의 얼굴이 가까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심장이 쿵쿵 뛰었다. 그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으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저는 주인님의 것이니 뭐든 명령하셔도 좋지만…….”
매매 증서가 저절로 허공을 날아 키안의 손에 떨어졌다. 조금 전까지 처연하게 눈을 내리깔던 그가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
“떠나라는 말만 하지 마십시오. 그 명령은 따를 수 없습니다.”
이걸 어쩌지.
아무래도 주인공이 집착남으로 변해 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