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이 아이의 마음을 몽땅 앗아가고 있다… 이 아이가 무예에 관심을 두도록 만들고 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을……'
차분히 흑의 사내의 동작을 살피던 그녀의 아름다운 동공에 문득 한줄기 이채가 번쩍 스쳐 지나갔다.
'저것은… 극도의 빠름과 필살의 기(氣)를 위주로 한 전형적인 살수의 도법(刀法)… 물이 흐르는 듯한 유연한 보법에 일체의 불필요한 몸 동작을 제어한 공격만의 살초…… 그리도 도(刀)와의 혼연일체…… 아마도 저것은 악마(惡魔)의 도법이라 일컬어지는 무저천(無底天)의 지옥한사류(地獄寒邪流)일 것이다. 어둠 속에서 천년의 명맥을 이어온 지하조직 무저천…… 놀라울 일이 아닌가? 그가 무저천의 사람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