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아주 먼 옛날, 전신(戰神)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있었다.
한 명을 죽이면 살인자지만 수천을 죽이면 영웅이라 했던가?
무림이 생성된 이래로 손꼽혀지는 살성들 중에서 그를 능가할 자는 없었고, 후에도 없을 것이라고 사람들은 말했다.
천대일(千對一)의 혈전(血戰), 그는 사막의 열화처럼 피어오르는 혈향(血香) 속에 서 있었다고 한다.
부러진 검 한 자루에 의지해 슬픈 눈빛으로 붉게 타오르는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서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사라졌다.
사람들은 다시 나타날 전신의 후예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소설 맛보기>
산의 정상에 서서 바라보아도 접한 바다를 볼 수 없는 대륙을 본 적이 있다면 광활하다는 것의 느낌을 조금 알 수 있을까.
가도 가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같은 그 거대한 중압감을 바로 중원에서 느낄 수 있다.
무공을 익힌 자들의 또 하나의 대륙인 중원.
나라의 개념까지도 초월해버린 이 중원은 사막의 모래 알갱이처럼 많은 이들을 담고 있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저 정상을 향하여 가지만, 저 냉혹한 중원은 그들에게 이름을 남기는 것조차 쉽게 허락해 주지 않는다.
그런 중원에서 스스로 광오하게 자신이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자가 얼마나 될 것인가?
어줍잖은 자신감으로는 칭송을 받기는커녕 스스로 내세우기조차 부끄러울 것이다.
물론 간혹 자신을 모르고 나대는 자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자들은 제외하고 하는 말이다.
무적신권(無敵神拳) 당궤(唐軌).
그는 권법(拳法)으로 일가(一家)를 이룬 사내였다.
사람들은 그의 권(拳) 아래에선 오호사해(五湖四海)가 숨을 죽이고 삼산오악(三山五岳)이 침묵한다 칭할 정도였고, 그의 일권에는 철벽(鐵壁)일지라도 한줌의 모래로 스러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권법의 대가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들조차도 그의 일권을 겁냈으며, 그의 일수에 경외감을 갖고 있었다. 당궤 앞에서는 자신들의 명호도 못 내밀 정도였던 것이다.
언젠가 그가 성난 백호(白虎)를 한 주먹에 혈우(血雨)로 만들어버렸고, 강남(江南)의 제일검(第一劍) 뇌독현(雷獨現)의 신검(神劍) 어장(魚腸)을 고철로 만들어버렸던 것은 중원인이라면 모를 수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일화였다.
그런 그가 죽었다.
처참한 몰골이었다. 그가 쓰러져 있던 주변의 바위는 온통 모래가 되어 있었고, 그는 그 가운데 잠든 듯 누워 있었다.
알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얼굴을 한 채 그는 누워 있었고, 그가 누워 있던 자리에는 두 양동이는 나올 듯한 피가 엉겨붙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자랑하는 권법으로 심장이 터져 죽어 있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