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의 천년 후 제자인 너는, 자운성의를 입을 때 특히 유의하라.
그 속에 하나의 옥합이 있고, 자부천극광명금단(紫府天極光明金丹)이 있을 것이로다.
만일 이를 복용치 않는다면 비록 자부귀진천무기서를 익힌다 해도 진정한 경지에 이르지 못하리라.
잘해야 오성(五成)쯤, 실로 그로서도 능히 천하무적일 수 있을 테지만 나의 제자가 되어 사문을 잇는 자라면 어찌 이로써 만족하랴.
그러나 경고하건데 스스로 재주없다 여겨진다면 아예 지금 포기하라.
자부귀진천무기서는 비록 삼 초 절예에 불과할지라도 범연한 자가 이를 익힌다면 평생을 다해도 모자라리로다.
그러나 나의 사문을 이으려 이미 각오되었다면 지금 즉시 자부천극광명금단을 복용코
절학의 연성에 들어가라.
<맛보기>
태행산(太行山).
길이 구백 리에 걸쳐 용(龍)의 몸부림인 듯 산줄기마다 무서운 기세(氣勢)가 서려 있다. 게다가 솟아오른 삼백삼십 연봉(連峰)들은 모두가 봉황의 수직 상승인 듯이 기운차게 솟아올라 있다. 이 연봉들 중에 오만하리 만큼 우뚝 솟은 제천봉(帝天峯)은 태행산
최고의 봉우리였다.
제천봉의 그 깎아지른 듯한 정상에 환상의 성채(城砦)인 듯 수라제천보전(修羅帝天寶殿)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천하무림에 군림한 절대자 수라제천의 보금자리였다. 동시에 세인들에게는 종원을 지배하는 악(惡)의 상징이었고, 피와 죽음의 본산
으로 인식된 곳이다.
수라제천으로 인해 중원무림계는 완전히 몰락하여 그 자취조차 없어졌다. 게다가 무림을 구성하는 기본적인 무리인 구파일방은 영원히 무림사에서 사라지는 듯싶었다.
태양조차 빛을 잃은 듯한 암흑의 혼돈 속에서 무심한 세월만이 흘러 어느덧 삼십 년이 지났다.
말로 하면 짧게 삼십 년이지만, 실제로 그 기간은 아비규환(阿鼻叫喚)과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사건들로 범벅이 된 세월이었다.
그러나 변함없이 삼십 년 동안 중원을 지배해 온 수라제천은 아직까지도 진체가 밝혀지지 않았다.
비단 그가 지닌 가공할 천의무봉의 절학의 출처와 출신 내력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그의 진실한 이름조차 세상에 알려진 바가 없었다.
하지만 장막에 싸인 그의 정체는 이것 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세월을 지배해 온 수라제천은 그 누구에게도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언제나 핏빛이 은은히 감도는 금삼(錦衫)으로 전신을 휘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