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 서장(序章)
강호의 서(序)
①
- 중원(中原)의 주인이 곧 천하를 얻으리라!
대저 천하무림계(天下武林界)의 판도를 지배해 왔던 것은 위와 같은 논리였다.
중원을 얻는 자가 곧 온 세상을 다 얻을 것이다.
칼 끝에 생명을 걸고 풍진천하(風塵天下)를 질타(叱咤)하는 영웅호걸로, 천하를 얻어 보려 하지 않은 자가 어디 있겠는가?
거대 문파를 세우고 일개 지역의 패자로 군림하는 자들,
절세신공을 익혀 천하를 독패하려는 효웅들,
명리를 떠나 고고한 운명을 살다 간 기인들.
그러나 하늘은 만인(萬人)에게 다 패자(覇者)의 운명을 주지는 않는 법이다.
강호(江湖)에 나와 뜻을 세우기보다는 뜻을 펴 보지도 못하고 촉루가 되어 찬 이슬과 함께 쓰러진 자가 부지기수(不知其數)로 많았다.
천하를 얻는다는 것.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천하를 얻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는 아직도 의문스러운 일이다.
그 어떤 비무대회(比武大會)에 나가 천하제일고수(天下第一高手)라는 영예를 따는 것이 그 경지인지, 아니면 수하(手下)에 무수한 고수들을 거느리고 남칠성(南七省)과 북육성(北六省)을 장악(掌握)하는 것이 그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수천만금과 수백(數百)의 미첩(美妾)을 지니고 있는 것인지…….
하여튼 천하의 으뜸이라는 것은 무가(武家)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꿈 속에서조차 바라 마지않는 희망일 것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현문(玄門)의 도인(道人)들이 그러하고, 승가(僧家)의 승려들이 그러할 것이다.
속인(俗人) 중에서도 명리(名利)를 초개로 알고 절세신공(絶世神功)을 숨기고 사는 사람이 많은 형편이니, 겉보기의 천하제일인이 완전한 천하제일인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것이다.
달마(達磨)가 세운 소림사(少林寺), 그리고 장삼풍도인(張三豊道人)이 세운 호북 무당산(武當山)의 무당파(武當派)가 무림계 일천 년의 태두(泰斗)라 일컬어지기는 하나 그 안의 어떤 사람이 천하제일인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
승려나 도인이란 애초부터 천하제일인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니, 어찌 그들 중 천하제일인이 나오겠는가?
그들 양 파(派)는 무림계의 최고봉(最高峰)이라는 위치에 있는 것만을 낙(樂)으로 삼고 안거(安居)하고 있지 않은가?
중원무림계의 태두라는 양 파가 천하제일이라는 지위를 공석(空席)으로 놔 두려 한다는 것이 바로 강호가 항상 검풍(劍風)에 휩싸이는 진정한 이유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