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아버지 노름빚에 팔려 갈 뻔한 인아.
빚을 대신 갚아 준 재열은
오갈 데 없는 그녀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난 오늘부터 착실하게 아저씨한테 빚진 돈을 갚을 생각이거든요.”
“무슨 수로?”
“입주 도우미 형식으로요. 나, 밥 잘해요. 빨래, 청소 다 자신 있어요.”
분명 집안일을 해 주는 단순한 계약 관계였다.
그런데 인아는 자꾸만 저녁상을 차려 놓고 재열을 기다리는데…….
“누가 너랑 저녁 같이 먹는댔어? 미련하게 뭘 기다린 건데?”
“혼자 먹으면 적적할까 봐.”
“누가, 내가?”
“언제든 온다는 기약만 있으면 기다리는 거, 그렇게 못할 짓은 아니에요.”
▶ 잠깐 맛보기
“스폰서 아닌가요?”
“너,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양심의 가책 때문에, 이렇게라도 아버지의 구린 뒤를 닦고 싶었던 것뿐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 외에 어떠한 감정의 동요도 없었노라고 구차한 변명 따위 달고 싶지 않았다.
“그럼 그 돈은 무슨 뜻인데요?”
“아무 뜻 없어. 내가 돈이 차고 넘치는데 오늘따라 쓸데가 없네. 그냥 길 가다 로또 맞은 셈 쳐.”
“재수 없어.”
“그럼 재수 없는 로또라고 생각하든지.”
“20억도 아니고 꼴랑 돈 2천에 로또는 무슨.”
그렇게 비아냥거리는 여자애의 머리 위로 아침 볕이 부서지고 있었다. 덕분에 방금 전 험한 꼴을 겪은 애답지 않게 낯에서 하얗게 빛이 났다.
“그러는 넌 꼴랑 돈 2천에 스폰서 운운해? 이게 발랑 까져 가지고. 겁대가리 없이 어딜 달라붙어?”
“어쨌든.”
“어쨌든 뭐?”
“재수는 없는데 좋은 사람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