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눈꽃을 달고 그의 인생에 나타났던 차연수.
한때 가진 모든 것을 내던져도 아깝지 않을 여자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5년 전 그녀에게 농락당하고 버려진 끝에
그것이 그의 착각이었음을 치욕스럽게 깨달았다.
그가 사랑했던 여자는 단지 천사의 탈을 쓴 악마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과거의 망령이 다시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뻔뻔하게도 자기 자신을 담보로 도움을 요구했다.
“대신 뭐든지 다 할게요. 어떤 일이라도 신우 씨가 시키는 거라면 모두 다…….”
그것을 빌미로 그는 그녀를 두 달간 곁에 붙잡아 두기로 결심했다.
그가 당한 만큼 철저히 복수하고 내치기 위해.
“이로써 계약이 성사된 셈이군. 여기가 당분간 우리가 지낼 곳이야. 일명 밀회 장소. 마음에 들어?”
▶잠깐 맛보기
“읽고 난 소감이 어때? 거기다 사인만 끝내면 원하는 돈을 가질 수 있으니 소감이 남다를 테지.”
“왜…… 굳이 이런 식으로여야 하죠? 당장은 힘들겠지만 사정만 봐 준다면 몇 년에 걸쳐서라도 갚을 수 있어요. 물론 이자도 포함해서요.”
“널 어떻게 믿고? 남의 돈을 우습게 아는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빌리고 또 빌리는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하더군. 난 이번 거래를 끝으로 차연수라는 여자를 완전하게 차단해 버릴 거거든. 그러자면 내가 주는 돈만큼 빠른 시일 내에 회수하는 수밖에.”
변명을 하자면 그는 제일 치사하고 잔인하게 그녀를 이용할 작정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짓밟아 버릴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수치스러우면서도 가장 굴욕을 맛볼 수 있는 것.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녀 스스로 가진 건 몸밖에 없다고 했으니 그럼 그걸 받을 작정이었다.
안다, 고작 그런 방법으로밖에 그녀에게 앙갚음을 하려는 자신이 얼마나 한심한가를. 하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리고 설령 다시 주워 담을 수 있다 해도 그가 거절했다. 그는 어떤 비난을 듣더라도 뜻을 굽힐 생각이 없었다. 그녀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 볼 작정이었다.
“그래도 이건…….”
연수가 차마 입 밖으로 발설하기 민망해 주저했다.
“적어도 1주일에 두 번, 그리고 내가 원할 땐 시간이 언제든 상관없이 달려와서 잠자리를 한다. 그런 경우 특별 수당을 지급하며……. 이렇게 후한 조건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건가?”
신우가 놀리듯 물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말과 달리 어둡기만 했다.
“차라리 일을 시키세요. 빌리는 돈 그 이상으로 일해서 갚을게요.”
“웃기는군. 네 몸 값이 얼마나 될 것 같은데? 남다른 소질이 있는 분야가 있다면 이야기해 봐. 고작해야 청소나 간단한 사무 업무, 혹은 식당 아르바이트가 전부면서.”
“날마다 와서 청소도 하고 장도 봐 놓고…….”
“너한테 일거리 주겠다고 10년도 넘게 출근하고 있는 아주머닐 내치란 거야?”
그녀의 말을 단번에 자르며 그가 비난하듯 물었다.
“그건…….”
그녀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했다.
“두 달이야! 두 달 안에 난 네게 준 3천만 원을 회수할 거고 너와의 악연도 끝낼 셈이지. 그게 싫다면 이 거랜 없던 걸로 하든가.”
“안 돼요!”
연수가 다급하게 외쳤다. 그녀가 상처받은 눈으로 그에게 도리질을 했다. 그녀가 곤경에 처한 모습을 보면 희열을 느끼리라 생각했던 건 철저히 그의 착각인가 보았다. 오히려 마음이 무겁고 불편했다.
그럼에도 그는 계획을 철회할 생각은 없었다. 모순되게도 변명인 줄 알지만 그편이 연수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우겼다. 연수에게 돈을 주겠다고 했을 때부터, 아니 그녀를 집에 들이던 순간부터 정상인 건 없었다.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어요?”
“후회? 당연히 하겠지. 두 달간 지낼 아파트, 옷, 음식까지 제공해 주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차연수라는 여자를 사는 건데 제정신이 아닌 짓을 했다고 땅을 치며 통곡하겠지.”
“그럼 굳이 왜…….”
“그 방법 외엔 빚을 받아 낼 수가 없으니까. 무엇보다 나한테 넌 가치가 그것밖에 안 되는 여자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