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중학생이 되던 날, 여진은 자신만의 왕자님인 진우를 만난다. 오로지 그만 바라보며 6년의 시간을 한결같이 보내 온 그녀는 드디어 고백할 결심을 하지만, 진우는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여자 친구를 소개해 버린다. 그렇게 기나긴 짝사랑 끝에 고백도 못 해 보고 마음을 접어야 했던 여진. 그러나 진우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여전히 그를 잊지 못했다는 걸 깨닫는데…….
▶잠깐 맛보기
“저 오빠 좋아해요. 말은 못 했지만…… 아주 예전부터요.”
“어?”
멍청하게 되묻는 제 목소리에 진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폭탄을 내던지는 것 같은 여진의 말에 머리가 얼얼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껏 보고 들었던 어떤 고백보다 큰 충격이었다. 말문이 막힐 정도로.
“여진아, 음.”
보통 이런 경우에 어떻게 반응했더라.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하라고 말했었지. 동기들이나 후배들에게 알려 주었던 것들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기억이 나지 않았다.
어떻게든 대꾸할 말을 찾기 위해 진우가 주먹까지 쥐어 가며 머리를 짜냈다. 이렇게까지 머리 안이 텅 비어 버린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생각할 시간 드릴게요.”
“어?”
여진의 말에 진우는 제 머리가 새하얘짐을 느꼈다. 상상을 초월하는 말에 대꾸할 여력도 생기지 않는 것 같았다.
“생각 다 하시면 연락 주세요.”
여진이 허리를 푹 숙이더니 나가려는 듯 뒤를 돌았다. 문을 여는 여진을 보던 진우가 반사적으로 앞으로 움직였다. 배웅이라도 해 줘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말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어정쩡하게 뒤를 따르던 진우가 갑자기 멈춰 선 여진을 따라 멈춰 섰다. 문고리를 만지작거리던 여진이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웅얼거렸다.
“저기, 너무…… 오래는 생각하지 마시고요.”
“응?”
“이번 주 안으로 좀, 생각 다 하셨음 좋겠어요.”
말을 끝내자마자 여진이 빠르게 문을 밀치고 밖으로 나갔다. 닫힌 문을 바라보던 진우의 눈이 천천히 끔벅거렸다.
여진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계속 반복해서 귓가를 울렸다. 멍하니 서 있던 진우가 곰곰이 여진의 말을 되새기다가 이내 입꼬리를 올렸다.
“푸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