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프로그래머 아인은 회사에서 준비 중인 게임 속 캐릭터, ‘퍼스트’이기도 하다. 출시 전 사내 테스트를 하는 중, 아인은 ‘아담’이라는 캐릭터를 만난다. 전 연애로부터 받은 상처에 굳게 닫혀 버린 마음인 줄 알았는데, 다정한 아담이 자꾸 퍼스트, 아니 아인의 연애 세포를 끄집어내 간질인다. 하지만 게임 밖 현실은 시궁창. 잘난 외모로 사내 팬클럽까지 거느린 회사 대표 준결은 안티팬처럼 아인을 시시때때로 괴롭힌다.
그렇게 정반대로 흘러가던 퍼스트, 그리고 아인의 삶은 ‘아담’의 정체를 알게 된 뒤 급격한 전환점을 맞는데…….
▶잠깐 맛보기
{……퍼스트, 이아인 씨가 분명 나랑 안 좋은 부분은 있어요. 근데…….}
{근데?}
나도 모르게 다그치듯 물었다.
{계속 신경이 쓰여서 지켜보게 돼요. 가끔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할 땐 왜 저럴까 궁금하기도 하고. 사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이 게임을 기획한 사람이 이아인 씨예요. 개발 팀도 아니고 제품 검사실에 있었으면서. 그래 놓고 자기 이름 하나 안 올라가는데 별 상관도 안 해요. 똑똑한 사람이 걸핏하면 남의 일 대신 해 주고 제 밥그릇 못 챙기는 게…….}
그게 그렇게 이상한가?
친구들의 도와 달란 요청을 외면하지 못했던 것뿐인데.
{아! 그러니까 내말은 좀 신경 쓰인다는 거지, 이아인 씨한테 끌린다는 말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요. 퍼스트, 기분 상한 거 아니죠?}
주절주절 말하던 아담이 내가 아무 말이 없는 게 기분 나빠서라고 생각했는지 허둥대며 말했다. 나는 바람 빠지듯 피식 웃었다.
참 다정한 사람이다.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너무 부드럽고 때론 귀여워서 선수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한눈파는 걸 본 적은 없다.
이런 남자가 내 현실에 존재하길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 그래, 현실에선 좋은 여자 만나라. 내가 빌어 주마.
{아담, 난 가상의 세계일 뿐이에요. 현실에 질투할 수 없는.}
{……우린 얼마든지 현실이 될 수 있어요. 퍼스트만 허락한다면.}
아담이 내게 말하고 있었다. 현실의 정체를 밝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