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진 밤의 형장,
서학으로 잃은 오라비의 시신을 찾기 위해
절박하게 시체 더미를 파헤치는 여인이 있었으니
폐족이 된 정씨 가문의 외동딸 정혜서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나타난 그가
묵묵히 도와주었을 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름처럼 한없이 고독해 보이는 그를
마음에 품게 되리라고는…….
“그분이 고요히 가라앉은 못이라면,
저는 그 가라앉은 못의 그림자가 되겠어요.”
온갖 기화요초가 피어 있지만
실상은 피비린내 나는 감옥인 궐에서 살아남기 위해
본모습을 지울 수밖에 없는 사내가 있었으니
비운의 세자 이담이다.
연모라는 감정은 자신에게 가당치도 않고,
적에게 약점을 쥐여 주는 독이 될 것임을 알기에
그는 꿈조차 꿀 수 없었다.
야속한 운명이 애써 밀어냈던 그녀를
결국 자신의 곁자리로 안내하기 전까지는…….
“독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마실 수밖에 없는 순간이 오는구나.
내게는 그 여인이 그런 존재가 되었으니 어찌하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