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이 마음을 어찌해야 하나요.
화룡국을 좌지우지하는 삼상 중 한 명인 태사의 여식 가희. 집안의 권세에 맞지 않게 아픈 몸과 여린 심성을 타고난 그녀는 비 오는 어느 날 금을 타는 홍결을 만난다. 이 우연한 만남은 스승과 제자의 사이로 이어지고, 가희는 늘어 가는 탄주 실력만큼 홍결을 사모하는 마음을 몰래 키워 나간다. 하지만 예정되어 있던 현청대군과의 혼사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더 이상 숨겨 두었던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데…….
▶잠깐 맛보기
“처음 뵈었던 날부터 지금까지 줄곧…… 사모했습니다.”
“……아가씨.”
“사모했습니다. 사모하고 있습…….”
가희의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듯싶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던 홍결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 여인이 자신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금을 가르치면서 만난 그녀는 그저 조용하고 수줍음 많고 여린 듯한 여인일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과 혼인할 여인이었다. 이용 가치가 사라지면 버리고자 한 여인이었다.
“혼인을 하실 것 아닙니까.”
홍결의 입에서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가희는 눈을 질끈 감으며 대답 대신 고개를 희미하게 끄덕였다.
“한데 이 무슨 짓입니까. 아가씨께서는 지금, 지아비가 될 자를 두고 다른 사내에게 부정(不貞)한 마음을 품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혹여 제가 무엇을 하기를 바라십니까.”
“저는 그저, 오늘이 마지막이기에……. 다른 마음을 품은 건 아닙니다. 다만 단 한 번만이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