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6년 만이었다.
반년이란 시간 동안 내 체온 아래에서 잠들었던,
그럼에도 미련 한 줌 없이 사라져 버렸던 내 여인…….
그녀와의 재회를 원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나와 닮은 그 아이는 내 계산에 들어 있지 않았으니까.
“날 속이고 기만한 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속인 것도, 기만한 것도 아니에요. 처음부터 내 결정은 하나였으니까요.”
강단이 서린 까만 눈동자와 여신처럼 당당한 목소리.
머릿속을 부유하는 그녀의 잔상을 끌어 모으며
사무실 밖, 어둠에 점령당한 도시의 불빛들을 응시했다.
저 불빛 어딘가에 내 아이가 있다. 그리고 그녀가.
그녀와 마주친 순간 이미 알고 있었다.
분노라는 껍질에 싸인 이 뜨거운 감정의 정체를.
그리고 내 심장에서 뻗어 나간 파편,
그것을 취해야만 계속되는 이 불면이 사라진다는 걸.
가져야 했다.
가지기 위해선 그녀의 거부쯤 무시할 수 있었다.
괜찮아. 어차피 내 것이었던 것을 다시 가지려는 것뿐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