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미안해, 너를 내 심장에 담아 버려서….
첩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었던 정우. 주위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따가운 시선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감정을 꽁꽁 감추고 살아온 그에게 어느 날 벼락처럼 강렬한 사랑이 찾아왔다. 이사한 아파트의 옆집에 살고 있는 영혜를 본 순간 단단하게 굳어 버렸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불륜 속에 태어난 자신은 티 없이 맑은 그녀를 사랑할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감춰 버린 그. 그 후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사는 영혜를 멀찍이서 바라만 보던 정우는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그녀가 무너져 내리자 더 이상 지켜보지 못하고 한 발짝 다가가는데….
▶ 잠깐 맛보기
“왜 하필 날 사랑해?”
“너니까.”
“너라면 정말 좋은 사람 만날 수 있을 텐데 왜 나야? 내가 뭐라고. 애가 둘이나 있는 아줌마가 왜 좋아?”
“너니까.”
그 말밖에는 그의 마음을 설명할 어떤 말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녀였기에, 그의 심장에 여자는 오직 그녀뿐이었기에.
“나, 사람들이 말하는 재수 없는 애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 죽었어. 아빠도 엄마도 그리고 그 사람도. 그런데 그런 날 왜 사랑해? 내가 너까지 죽게 하면 어쩌려고?”
겁이 났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도, 그리고 또 언젠가 그 사람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도. 영혜는 사랑보다 이별이 더 무서웠다.
“너니까. 너라서 사랑해.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잊히지 않는 너라서. 너와 단 하루만 살 수 있다면 목숨 같은 거 버려도 좋아. 난 그래. 사랑에 무슨 이유가 필요해. 그냥 널 보는 순간 사랑에 빠졌어.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좋아. 그냥 네 곁에 있게만 해 줘도 난 충분해. 네가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돼 주고 싶어. 내가 너에게 필요한 사람이 된다면 난 그걸로 족해. 난 너면 돼. 그냥 너면.”
그의 진실한 고백에 영혜의 눈에서는 결국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자신을 갈구하는 그의 눈빛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자신만큼이나 정에 굶주린 듯한 그의 마음을 알아 버린 순간 더는 그의 마음을 못 본 척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