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스물셋에 나는 여자가 되었다….
비 오는 여름밤, 닫은 구멍가게 대신 찾아간 편의점에서 눈을 뗄 수 없이 아름다운 손을 가진 남자를 만난 준희. 그날 이후, 그녀는 그를 잊지 못해 편의점을 매일같이 찾아갔지만 좀처럼 그와 다시 마주칠 수 없었다. 하지만 며칠 뒤, 거짓말처럼 그 남자와 재회했다. 그에 기뻐하며 말을 걸어 보려 하던 그녀는 이내 그가 자신의 말을 듣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큰 충격에 빠지고 만다. 하여 괴로운 사랑이 되기 전에 그를 포기하려 하지만 그가 빗속에 홀로 서 있던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준 그 순간, 준희는 더 이상 마음을 거스를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김준희〉
준희는 가슴에다 손을 얹었다.
“나예요.”
“김준희.”
유진의 입술이 발음하는 제 이름이 너무도 고와서, 준희 가슴엔 푸릇푸릇 새순이 돋았다. 김준희라는 자신의 이름이 남자의 입을 거치면서 세상에 다시없는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몸을 바꾼 것같이 느껴졌다. 기쁨에 겨워 준희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준.”
“준?”
준희는 남자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남자가 다시 한 번 말했다.
“준.”
준희는 미소지었다. 그가 원하는 이름이라면, 그가 발음하기 쉬운 이름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좋다 생각했다.
준.
그 이름은 이제 그에게만 속한 준희의 이름이 될 것이었다. 준희는 무턱대고 그렇게 믿어 버렸다. 그래서 준희는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