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실은 나도 너 많이 좋아해.
다정은 또래답지 않은 깊은 생각과 해박한 지식을 가진 선호를 몇 달 전부터 좋아해 왔다. 그런데 그가 자신이 아닌 동아리 신입 멤버의 편을 들자 왠지 모를 섭섭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내 토라진 자신의 마음을 풀어 주려는 선호의 모습에 그에 대한 마음이 더 커져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늘 자신을 챙겨 주는 선호를 보며 혹시 그도 자신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는 기대를 품게 된 다정. 하지만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던 차에, 선호의 집에 단둘이 있게 된 그녀는 예상치 못한 그의 고백을 듣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다정아, 우리 사귈래?”
두부의 포장지를 벗겨 내던 다정이 흠칫 손을 멈추었다. 보글보글 국물이 끓는 소리가 들리고, 한 번 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랑이라는 게 어떤 건지 잘은 모르지만, 널 좋아하는 것 같아. 네가 내 여자친구였으면 좋을 것 같아.”
수도 없이 준비했었다. 어느 순간 그가 사귀자는 말을 해 오면 냉큼 대답하리라고. 하지만 얼어붙은 입술 사이로는 아무런 말도 새어 나오지 않았다.
“내 얘기가 너무 갑작스러웠…….”
“그, 그게 아니고…….”
“천천히 생각해 보고 대답해 줄래, 그럼?”
“저, 저기 있잖아…….”
가까운 거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귓불까지 발갛게 달아오른 다정이 껍질을 벗기다 만 두부 상자를 손에 든 채 말했다.
“사실은 나도 너 많이 좋아해.”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는 다정을 보며, 선호는 손등으로 입을 가린 채 새어 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아 냈다. 볼수록 정이 가는 아이였다. 꼭 안아 주고 싶을 만큼…….
“웃지 마.”
“좋아서 웃는 거야, 인마.”
“…….”
“여자친구 할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