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지독한 슬픔이 또 다른 사랑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가슴을 저미는 슬픔인 줄만 알았는데, 돌아보면 그 일이 어느새 찬란한 기쁨의 시초가 되어 있는 거예요. 내내 그런 일들의 연속인 것 같아요.”
어느 날 세상에 하나뿐이었던 엄마를 잃은 열 살 소녀에게 눈사람 같은 남자가 찾아온다. 엄마의 이복 남매들이 그녀를 맡지 않겠다고 서로 싸울 때, 어린 그녀의 보호자가 되어 주었던 그. 세월이 흘러, 이제 그는 그녀에게 또 다른 이름으로 다가오는데…….
살랑이는 바람같이 그녀의 곁에 머물며 어느새 그녀의 모든 것이 되어 버린 서른다섯의 그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저리게 하는 스무 살 그녀의 안개꽃처럼 잔잔한 사랑 이야기.
▶잠깐 맛보기
후인이 웃었다.
소리 없는, 쓸쓸함과 슬픔이 조금씩 밴 웃음이었다. 새삼 마음이 시려 왔다.
“눈사람은 내가 무서운가 봐.”
“그래, 무섭다. 술 마시고 생떼 부릴까 봐.”
“내가 그러면 아마 꿀밤 몇 개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될 거예요.”
“그럼?”
“나는…… 이마를 댈 거예요.”
후인의 눈가에 연한 선이 그려졌다. 무슨 소리야? 묻듯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턱의 각도와 더불어 입술에 머무는 흐릿한 미소 때문에 이소는 그만 마음이 몽롱해졌다.
“어디에?”
“……눈사람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