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어두운 동굴 속, 소녀와 아이의 만남에서 인간과 천신의 운명은 시작되었다.
내운산 동굴에서 묘한 아이를 만난 소녀 운채는 아이에게 ‘윤’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고 데려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가족처럼 의지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자신을 살뜰히 챙겨 주는 윤과 지내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운채. 그러나 행복도 잠시,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천상으로 잡혀와 천계의 천도복숭아와 백하를 훔친 죄로 벌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 나타난 대현궁의 천제(天帝) 하윤. 운채는 매번 자신에게 면박을 주면서도 항상 도와주는 그에게 왠지 모르게 윤이 주던 익숙함을 느끼고 조금씩 끌리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다시는 누구도 덥석덥석 안지 마라. 난 널 그리 가르친 적이 없다.”
“제가 언제 누구를 덥석 안았다고…….”
마치 그녀가 경망스럽다 비난하는 것 같아 운채는 억울하고 화가 났다. 스스로를 음전하다 자신 있게 말하지는 못해도 아무 사내에게 수작질하는 여자는 아니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언제, 무엇을 가르쳤단 말인가.
“그럼 아까 그 사자는 안은 것이 아니라면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것이냐?”
“그건…….”
“오늘 아침, 인간계에 내가 아니라 이원이 옆에 있었다면 이원과 덥석 인사를 나눴을 게 아니냐?”
아니었다. 하윤이었기에 마지막 인사를 그리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차마 그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을 내뱉는 순간 무언가 특별한 의미로 변할 것 같아 입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 마라.”
낮지만 진지한 하윤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구도 네 향을 맡게 하지 마라.”
속삭이듯 말하는 하윤의 말이 주술이라도 되는 듯 운채는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하윤은 운채의 눈을 바라보며 조용히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운채가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자 하윤의 내리깐 눈에 만족감이 서렸다. 이 향은 오로지 하윤만이 맡을 수 있다. 이건 하윤이 운채에게 공들인 향이었다. 그런 향을 아무에게나 맡게 할 수 없다.
“착하구나.”
그의 숨결이 다가오더니 운채의 입술을 덮었다.
한 번도 누군가와 입맞춤을 해 본 적이 없는 운채의 눈에는 두려움과 흥분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다시 한 번 말해 두마. 이 향은 내 것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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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8장
못다 한 토막 이야기
한참 뒤의 이야기
* 이 전자책은 2012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운채〉를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