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붓으로 그려 내는 그와의 사랑 이야기
캘리그라퍼가 되어 자신만의 글씨를 만들고 싶었던 은. 하지만 그녀는 고아인 자신의 처지와 감당할 수 없는 비용에 이러한 꿈은 사치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 은에게 어느 날 운명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 바로 몸이 불편한 한 소년의 친구가 되어 주는 조건으로 대학까지의 전 과정을 후원받기로 한 것. 망설임 없이 그 제안을 수락한 그녀는 며칠 후 소년의 집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우연히 섹시한 외모를 가진 20대 중반의 남자와 맞닥뜨리게 된다. 한눈에 그에게 눈길을 빼앗긴 것도 잠시, 그가 다짜고짜 옷을 벗자 그녀는 몹시 당황하는데….
▶잠깐 맛보기
“여긴 내 방이야.”
“아! 죄, 죄송합니다.”
거침없는 손길로 양복 상의를 벗어 침대에 내던지곤 타이를 풀어내다 말고, 남자는 쓱 은을 돌아보았다.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죄라도 지은 것처럼 은의 가슴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 작정이야?”
“네?”
“나, 다 벗을 건데.”
다시금 입가에 번지는 미소가 소년과 좀 닮았다. ‘남자랑 자 봤어?’ 할 때의 그런 짓궂은 표정. 그러나 소년이 어린 악동 같다면 이 남자는…….
“벗을까?”
“아, 아뇨!”
은은 허겁지겁 돌아섰다. 나가야 하는데 이 남자에 대한 느낌을 아직 정립하지 못했다. 적당한 표현을 찾기가 어렵다. 뭐라고 해야 할까. 소년은 풋풋한 악동, 이 남자는……, 이 남자는…….
“돌아보지 마. 나 벗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