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뿌리 깊은 나무처럼 항상 곁을 지켜 주는 포근한 키다리 아저씨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언제나 씩씩하고 활발한 연지에게는 대학까지 자신을 후원해 준 키다리 아저씨, 석훈이 있었다. 더 이상 보호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어려울 때마다 도와주는 그에게 연지의 마음은 자꾸만 흔들렸으나 늘 막냇동생쯤으로 자신을 여기는 그의 태도에 매번 실망만 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석훈과 함께 보육원 언니의 결혼식을 참석하게 된 연지는 그의 지인으로부터 석훈이 자신을 후원한 이유에 대해 우연히 듣게 되고 혼란에 휩싸이는데….
▶잠깐 맛보기
“결혼식장에서부터 왜 그러니? 그렇게 입 꼭 다물고 있으면 나, 가 버린다.”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그가 말했다.
“가세요, 그럼. 어디로 갈 건데요? 기왕이면 아주 먼 데로 가 버려요.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어디 열대의 섬 같은 데로.”
“너 자꾸 이럴래? 물어보지도 않고 혼자 멋대로 생각하고, 단정해 버리고.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말을 해야 알지.”
안타까워하는 석훈의 눈동자를 보자, 연지의 머릿속에는 다시금 그 슬픈 말이 떠올랐다. 잃어버린 여동생, 석경이처럼 돌봐 주던 아이……. 석경이처럼, 석경이처럼…….
“나, 연지예요! 김연지!”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놀란 그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대꾸했다.
“그래, 누가 너 연지 아니라든?”
“김석경…… 아니라고요.”
순간, 석훈은 감전이라도 된 듯한 표정으로 연지를 들여다보았다.
“이제부터, 나 동생 같은 거 안 해요. ……여자 할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