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주미란 지음
1003호에 출몰한 꽃미남의 마음을 녹여라!
술 마실 땐 병나발을 불고, 속 풀 땐 냉면을 먹는 바람직한 성격의 소유자 여운. 평소처럼 친구와 술독에 빠져 인사불성이 된 그녀는 마침 문이 열려 있던 옆집을 자신의 집으로 착각하고 걸어 들어가 풀썩 몸을 뉘였다. 음냐음냐…. 잠시 후 낯선 거실에서 으슬으슬 몸을 떨며 깨어난 그녀. 불길한 예감에 조용히 두리번거리던 그때,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보는 옆집 꽃미남의 얼굴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아아, 표정은 싸늘하지만 여전히 잘생긴 그 얼굴…. 하지만, 내가 고대해 왔던 첫 만남은 이런 게 아니었다고오오!
▶잠깐 맛보기
딱딱한 바닥에서 자서 그런지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처럼 쑤시고 결렸다. 여운은 눈을 뜨지도 않고 몸을 웅크려 동그랗게 만들고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술 마신 다음날은 역시 시원한 냉면을 먹어 줘야 속이 풀렸다.
“아, 속 쓰려……. 냉면…… 배달되나? 지금 몇 시지?”
“2시.”
“2시? 벌써 2시야?”
‘헉, 근데 누가 대답한 거지? 내가 말하는 시계를 키우고 있었나? ……아닌데. 그럼 누구지?’
감긴 여운의 눈동자가 그녀의 머릿속만큼이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만 일어나시죠.”
나직한 남자의 음성에 여운의 한쪽 눈이 떠졌다. 그리고 다른 한쪽도 따라 떠지더니 입까지 벌어졌다. 소파에 앉아서 한심하다는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잘생긴 남자와 다시 눈이 마주친 여운은 벌어진 입을 살짝 닫으며 드디어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 그대는 누구신지…….”
“그러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못마땅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던 도경이 여운의 질문에 반문했다.
여운은 여전히 말똥말똥 눈만 굴리며 일어날 생각은 하지도 않고 있었다.
“그만 일어나시죠. 남의 집에 너무 오래 누워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