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피부 위로 느껴지는 그의 따가운 시선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의고 사촌 애린과 함께 살아가던 수연은 집에 놀러온 애린의 남자친구 진후를 보고 첫눈에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이에 수연은 죄책감을 느끼고 애써 자신의 마음을 억누르지만 이런 의지를 배반한 그녀의 감정은 자꾸 커져만 간다. 그렇게 끓어오르는 감정을 숨긴 채 괴로움에 빠져 지내던 어느 날, 수연은 자신을 찾아온 진후에게서 예상치 못한 말을 듣게 되는데….
▶잠깐 맛보기
수연은 빙그레 웃으며 4월로 부지런히 달려가는 봄 향내가 솔솔 풍기는 저녁 공기를 가슴 가득 들이켰다.
“그렇게 좋아?”
바로 옆에서 나지막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정거장에 서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방금 잡지에서 걸어 나온 듯한 진후와 그가 말을 걸고 있는 수연에게로 향했다. 또다시 본의 아니게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그녀는 당혹스러워하며 시선을 피했다.
‘이 남자가 왜 여기 서 있는 거지?’
“한 번도 그렇게 웃지 않았잖아. 뭐가 그렇게 좋은 거야?”
감미로운 음성이 그녀의 여린 피부를 자극하면서 뜨겁게 숨 쉬고 있는 가슴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왔다. 진후와 함께 있으면 주위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두 사람밖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녀는 그게 무서웠다.
“말하기 싫어요.”
수연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왜 여기 있어요? 버스 타려고 서 있는 거예요?”
얼토당토않은 말에 진후가 피식 웃었다.
“아니, 네가 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