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사랑의 유효기간은 얼마일까?
6개월? 1년? 3년? 유효기간이 얼마인지는 상관없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다만, 사랑에 있어서 가장 슬프고 비참할 때는,
상대방에게 있어서 그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버렸다는 것을 불현듯 느낄 때가 아닐까?
나는 아직 진행 중인데, 상대방에겐 이미 끝나버린 거.
어쩌면 짝사랑보다 더 비참한 거. 이를테면 외사랑 같은 거.
촉망 받는 수영 선수이자 속을 알 수 없는 남자 원지호.
그리고 사랑에 지쳐버린 여자, 백여운.
시원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끈적거리는 여름바람 같은 로맨스.
「그렇게도 여름을 싫어하던 나였는데……아무래도 이상하다. 언제부턴가 여름에 부는 바람 같은 네가 자꾸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 * *
“다신 사랑 같은 거 안 할 거야…….”
내 옆얼굴에 닿는 녀석의 시선이 느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쌀쌀한 여름날. 이상하게도 그의 담배 냄새가 싫지 않았다.
퉁퉁 부어버린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 올려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날씨 탓에 깜깜한 하늘에는 뿌연 안개들만 가득했다. 실컷 울고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 것 같다. 그래, 이렇게 툴툴 털어내면 그만이다. 다신 이렇게 힘들어하지 말아야지. 다신 이렇게 상처받지 말아야지. 다신 이렇게…누군가를 좋아하지 말아야지.
“누나.”
낮은 목소리의 녀석이 날 불렀다. 고개를 돌려 옆을 보면 어느새 담배를 다 태웠는지 빤히 나를 응시하고 있는 지호의 서늘한 눈이 보였다. 눈이 마주치고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나를 가만히 쳐다보던 원지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잘해줄게요.”
재신이가 그랬다. 위험하다고. 너와 엮이지 말라고. 너에게 관심가지지 말라고. 너를 좋아하지 말라고. 그런데 너는,
“사귈래요?”
사랑에 지쳤다는 나에게 연애를 하자는 너는,
원지호, 너는…도대체 어떤 사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