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파멸의 인간을 선택한 절대신과 신의 대리인인 12인의 천사, 발키리.
“하아, 틀렸나. 역시 아직 나에겐 룬 마법은 무리야. 여하간 여기 있는 룬을 읽으면 전설의 ‘영웅을 돕는자’, 발키리를 소환할 수 있을 겁니다.”
“발키리?”
“네. 신의 종속이자 영웅을 돌보는 자, … 이죠.”
그리고 선택받은 용사와 마법사.
마법사는 피식 하고 웃었다. 엘쉰은 갑자기 기분이 나빠지는 것을 느꼈다. 그 아름다운 미소라니! 도저히 남자로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렇기에 엘쉰은 더욱 기분이 나빠졌다.
“디르… 라고 합니다. 그럼 이만.”
마법사는 안개 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졌다.
옴므 왕국의 열 다섯살 왕녀 '에실리엔'
왕가에서 에실리엔은 다시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총명하고 아름다운 왕녀였다.
신의 마지막 기적이다. 신은 왕가를 아직 버리지 않았다. 그녀는 왕가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으로 나온 ‘인간’이다.
하지만 아직 열다섯밖에 되지 않은 그녀에게 있어 70세인 왕의 왕녀라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그녀는 신에게 기도했다.
‘그가 죽어버리도록……!’
입 밖에 낼 수는 없지만, 왕녀는 진심으로 기도했다.
* * *
“얼른 돌아와 줘, 디르.”
에실리엔은 디르가 처음 왔던 달밤을 떠올렸다. 중성적인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청월 브뤼엘이 만월이던 그날 밤, 푸른빛에 휩싸여 그림자를 만들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당신이 죽음을 각오할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그때가 된다면.”
“저는 당신과 함께 쫓기는 한이 있더라고.”
“이 왕궁에서 당신과 함께…….”
에실리엔은 그가 한 말들을 되씹어보았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다. 이제 이 왕궁에서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왕이 보낸 암살자에게 참살당하든, 피임하는 사실이 들켜 죽든, 어느 쪽이든 시일이 지나면 왕녀는 죽게 돼 있다. 아니면, 왕의 아이를 낳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