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화장. 몸에 밀착된 붉은 드레스. 타국의 술집에 홀로 앉아 있는 동양인 여자가 뭇 시선을 사로잡는다. 분명한 목적과 대조되는 무신경한 눈빛. 결국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취기에 비틀거리는 발걸음도, 그 뒤를 따르는 음흉한 남자들도 아닌, 잡아채고 싶게 만드는 그 무신경함이었다.
“술 취한 여자는 어디서도 안전하지가 않지.”
가면을 쓴 것 같으면서도 벌거벗고 있는 것 같은 여자.
만약 그녀가 사라진 후 악몽이 길어질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나는 지금, 이 여자의 손을 붙잡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