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내 이름을 부르다 만 이유가 손바닥을 들여다보듯 훤히 보였다. 그는 내가 먼저 말을 꺼내 주길 바라고 있었다.
나는 모든 걸 알면서도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어떤 것도 말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나에 대해 고민하고 더 많이 생각하기를 바랐다. 고민하고 고민해도 여러 단서들 속에서 찾아낸 명확하지 않은 결론 때문에 나와 꼭 같은 절망을 느끼길 원했다. 왜 그랬느냐는 물음은 무의미했다.
“태정 씨. 예방 접종은 독감에 걸리기 전에 하는 거야.”
그래. 알고 있다. 내가 얼마나 미련스러운지. 하지만 이미 나는 결심했고, 실행했다. 나만의 방식으로 그를 구속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