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그렇게 버리고 갔으면 좀 더 뻔뻔하게 턱을 들어야지. 왜 네가 흔들려. 너는 왜 지금까지 비겁해. 왜 아직까지 눈동자 하나로 나를 흔들어, 왜. -정지호
견딜 수 있을 줄 알았어. 내가 더 많이 좋아하니까 너는 괜찮을 거라고. 추억도 사랑도 아픔도 모두 혼자 가지고 가면 될 거라고. 그때의 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어. -서유진
“어쩌지? 이제 나도 하고 싶은 대로 해야겠는데.” 지호의 품을 벗어난 유진이 눈을 크게 뜨자 지호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가 환하게 빛났다. 유진의 자책하는 속마음을 모르지 않았다. 몰아붙인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호는 여전히 추억 속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유진으로 하여금 스스로 한걸음 내딛게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