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맞는 악기를 찾는 것은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래요.” -이효선(이선)
“난 그 상대가 유독 달빛이 잘 어울리는 여자였으면 좋겠어.” -차강준
그녀가 달빛을 등진 채 몸을 돌려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효선의 가슴은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더 이상 빨라질 수 없을 프레스티시모(prestissimo)처럼. 강준의 입술이 효선의 귓불에 닿았다 떨어졌다. 왠지 피아노를 치고 싶은 밤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의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를 걷기 시작했다. 드뷔시의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3번 달빛’. 도입부의 피아니시모가 강준의 기다란 손가락으로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때로는 세게를 표현하는 것보다 여림을 표현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피아노 앞에서의 그는 침대 위에서 와는 달리 세련되게 강약을 조절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