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섹스 파트너로 지내는 거 어때요?” 여자는 그 말을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내뱉었으며 날씨 얘기를 하듯 차분한 모습이었다. 나는 표정을 바로잡으며 그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당신이 원하는 게 그거예요?”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는 차라리 여유롭기까지 하다. 그녀의 표정에선 예전부터 벼르고 있던 말을 했을 때 오는 후련함이 엿보였다.
나는 이라터 매니아다. 남자들은 어느 정도 이라터 매니아다. 나는 날마다 여자를 벗긴다. 물론 모든 여자를 벗기는 것은 아니며 오로지 한 여자에 한해서다. 나는 병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내 독특한 시선은 나를 병들게 하지도 않았으며 정상적인 생활을 힘들게 할 정도로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나는 다만 즐길 뿐이다. 다만 다른 남자보다 좀 더 강할 뿐이다. 다른 여자가 아닌 그녀만을 사랑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