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와 게임을 해.”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단정한 얼굴에 드리운 그늘이 유달리 눈에 띄었다.
그래서 나는 코웃음을 치려다가 말았다.
“어느 곳으로 가도 좋아. 계획했던 대로 도망쳐.”
나는 깜짝 놀라서 우 교수를 올려다보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룰은 간단해. 그대로 내가 너를 영영 찾지 못하면 너의 승리이고, 내가 너를 찾으면 나의 승리인 게임.”
나에게 진실로 자유의사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존재에 관한 의문을 없애지 못하는 여대생 이비사. 그리고 그녀를 가르치는 천재 물리학자 우백경 교수. 하지만 현실이라 믿고 있던 세계가 뒤집히면서 그와 그녀의 관계 또한 변화한다. 이제 그녀는 우 교수와 게임을 시작하는데…….
“하지만 그녀는 내 눈앞의 네가 아니겠지.”
심장이 뛰었다. 그가 하는 말은 내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내가 얻어내기 위해 발버둥 치며 갈망하던 인정認定이었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죽음으로서 얻으려 했던 확신을 그가 나에게 주었다. 나는 온몸으로 충족감을 느꼈다. 목숨을 담보로 이루려던 바라마지 않던 것이 이루어졌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이제 정말로 죽어도 좋아.
그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경련했다.
그가 말했다.
“살아, 이비사. 이브가 아니라 이비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