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과거의 기억을 잃어버린, 노인 요양원 의사 나비.
다국적 제약회사 빈센트의 사장 차서진.
밀림에서 당한 사고로 원주민 부족의 의사인 엄마를 잃고,
한국으로 돌아와 친척들의 냉대 속에서도
각고의 노력 끝에 의사가 된 나비.
나비의 병원에 자원 봉사자로 온 빈센트의 사장 차서진.
잘생긴 외모에, 시선이 가는 그……
어느 밤, 걸려온 알 수 없는 전화에 이끌리듯 목소리 주인을 찾아간 나비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는 차서진을 발견하는데……
‘진.’
잡힐 듯 잡히지 않은 감각이 이름인 듯한 글자를 불러냈다. 입안으로 ‘진’이라는 글자를 굴려 보는데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기분을 들었다. 나비는 방금 전 자신이 느낀 감정을 숨기기 위해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와 같이 있는 이 시간이 행복해서 고장 난 감정이 불러낸 착각 같았다. 울음이 터질 듯 울먹해진 그녀를 그가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자신의 얼굴에 박혀 있자 콧날이 시큰거렸다.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배시시 피워 낸 미소를 입꼬리에 매단 나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든 이 기분을 말하지 않으면 병이 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나는. 사장님이 좋아요. 사장님은 나 좋아해요?”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