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훌륭한 가창력 거기에 미모까지, 가수 연우희 화려한 컴백을 앞두고, 표절 시비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추락한 그녀, 2년 가까이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춘 우희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자 ‘박은호’가 나타나는데…… 처음 본 남자지만 어쩐지 저를 찾아온 것만 같았다. 아무도 모를 텐데? 쥐 죽은 듯이 숨어서 잘 지냈는데? 불안한 마음에 숫자판을 바라보았다. 아직 10층이다. 숨이 막힐 것만 같은 공기에 아무래도 다른 곳에 있다 오려던 찰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희 씨.”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침착하니 숨을 쉰 우희는 모른 척 하며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 닫힘 버튼을 우선 눌렀다. 그러나 남자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 더 빨랐다. “저 이상한 사람 아닙니다.” “……그럼 누구세요?” “당신을 찾아다녔어요.” 희미하니 떨리는 손으로 버튼을 누른 우희는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느낌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저는 13층에 살지만 10층을 눌렀다. 남자를 밀어버리고 다시 올라갈 생각이었다. 단, 남자의 이어지는 목소리가 아니었더라면 그 생각은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예인 누나는 기절할 때도 있고, 해일 형은 살이 쭉쭉 빠지고 있어요.” 아는 사람의 이름만 아니었으면, 친하다는 듯이 말을 꺼내는 남자의 목소리만 아니었다면, 분명 남자를 밀어버렸을 것이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찾아왔어요.” 결국 우희는 눈에 보일 정도로 떨리는 손으로 13층을 눌렀다. 그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남자는 내색하지 않았다. 제대로 자신이 사는 층을 눌렀다는 것은 이야기를 해볼 것이라는 의사 표현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일단 된 것이다. 10층에서 13층까지, 단지 3층 사이였지만 올라가는 동안 숨 막히는 침묵이 이어졌다. 집 안에 들어가서도 그 침묵은 이어졌다. 너무 무거웠지만 우희는 입을 꾹 다물었고, 결국 남자가 먼저 집 안에 들어가자마자 입을 열었다. “우희 씨,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