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신전에서 일을 하는 하급 사제 로잘리는 어느 날 갑작스레 아기를 떠맡게 된다. 대신관이 목숨을 살려 주는 대가로 떠맡긴 일이라 거절할 수도 없다.
시집도 안 간 처녀가 아기를 맡게 된 것만으로도 막막한데…… 그 아기가 무려.
“폐하시다.”
폐하 같잖……네?
“……혹시 황제 폐하께서 서거하셨나요?”
“아니다.”
“그럼 돌아가셨나요?”
“아니다.”
“그럼 죽었…… 아, 잠깐 칼은 내려놓고 얘기하자고요.”
대신관이 내 목전에 들이민 칼을 피하며 말했다.
“이분의 이름은 이그르 릭센. 릭센의 현 황제시다.”
“에이, 폐하 팔뚝이 이 애만 하겠구만, 무슨. 장난이죠?”
다시 한 번 시퍼런 날이 선 칼을 내 목에 들이민 에튼 대신관이 거친 숨을 씩씩 몰아쉬었다. 톡 건들면 울기라도 할 듯 눈물이 차올라 있었다.
“자, 잠깐만요. 아니, 그렇잖아요. 갑자기 애새끼……가 아니고, 애 하나 데려와서 ‘폐하시다.’ 하면 누가 믿겠냐고요.”
“저주다.”
“예?”
“이번 전쟁에서 죽은 엘타이나 왕녀가 폐하께 아기로 돌아가는 저주를 걸었다. 폐하는 적이 많은 분이시다. 아기로 돌아갔다는 것을 알게 되면 목숨이 위험하시다. 네가 폐하를 모시고 떠나거라.”
“예에-?!”
폐하시란다. 약관의 나이로 제위에 올라 약 3년 만에 대륙을 평정한 황제. 역사에 남을 빛나는 업적보다도 폭군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그 이그르 릭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