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갚아야 할 병원장의 손자를 개인적으로 치료하게 된 수란. 권력과 명예 앞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사랑을 경멸하는 하유. 물리치료사와 환자로 만난 두 사람은 서로의 뜻을 굽히지 않고 고집과 오기를 부리며 실랑이를 벌이는데... 김조희 장편소설 『천사가 있는 세상』
“당신은 야생마처럼 달릴 때 야성미가 넘치는 것 같아요. 묘한 거 하나 가르쳐 줄까요?”
“묘한 거?”
“트랙에 선수들이 들어서면 난 등번호를 보지도 않고 누가 당신인지 맞혔어요.”
“정말이야?”
“네. 열 번 중 여덟 번은 그랬을 거예요. 내 친구가 놀라워하더라고요. 팬으로서 당신한테 실망한 마음이 얼마나 큰지 모를 거예요. 그런데 이젠 환자로서도 실망을 안겨줄 거예요?”
“나한테 실망할 거라도 있나? 난 재기불능인 전직 경륜 선수일 뿐이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