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변방 촌락 출신으로 올해 스무 살인 무녀 후보생 윤조.
그녀는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입궁 자격이 주어지는
정식 무녀가 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런 윤조 앞에 내려진 특별 시험 과제.
“올해 성인식 특별 과제로는 가장 고귀한 매의 단장판(丹粧板)*을 가져오는 것으로 하겠다.”
(*단장판: 매에게 다는 이름표)
윤조는 가장 고귀한 매의 단장판을 얻기 위해 대장군 홍준영의 집에 몰래 잠입한다.
대장군인 준영의 팔이 잘릴 위기에 놓였음을 알게 된
윤조는 준영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팔을 고치고 싶다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세요.”
“그래, 좋다. 그 부탁이란 게 뭐지?”
“제게 대장군님의 단장판을 주세요.”
하지만 윤조만 모르는 ‘단장판’에 숨겨진 의미에
준영은 당황하고 마는데…….
과연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맺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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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지금 웃음이 나와! 너 바른대로 말해. 어제 홍씨 가문 저택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무슨 일이 있긴 있었지…….”
지난밤 겪었던 많은 일 중 대장군과의 입맞춤을 떠올린 윤조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뭐, 뭐야 너. 왜 얼굴이 붉어져! 무슨 일이 있었냐니까! 대체 어디에 신력을 다 써 버리고 온 거야? 중요한 선발식을 코앞에 두고!”
“크흠! 괜찮아. 나에겐 이게 있으니까!”
윤조가 자랑스럽게 보인 것은 소매 아래 감춰 두었던 준영의 단장판이었다. 나래는 미간을 좁히며 이마를 짚었다. 설마하니 정말로 성인 남녀가 단장판을 주고받는 뜻을 몰랐던 거냐!
“그건 혹시나 일이 잘못됐을 때 쓰는 거지! 너 지금 그걸 여기에서 보였다간!”
“보였다간?”
“거기 후보생! 정숙하세요!”
학관 무녀의 호통에 윤조와 나래가 입을 다물었다. 손으로 입을 가린 나래가 윤조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그걸 여기에서 보였다간 너 무조건 시집가야 해! 이 멍청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