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신 대리, 새 팀장님 오셨어!”
새로 온 팀장이란 사람은 뒷모습만 봐도 감이 왔다.
훤칠한 키와 늘씬한 몸매, 슈트가 끝내주게 잘 어울리는 남자.
“반갑습니다. 오늘부터 대전 영업팀에서 함께 일하게 될 한재경 팀장입니다.”
목소리도 아주 녹네, 녹아.
가만있어보자, 낯이 익은데. 이 남자를 어디서 봤더라?
기차에서 보았던 그 남자!
넋 놓고 쳐다보다가 바지에 맥주를 쏟아 버렸던 그 남자!
“반가워요, 신윤서 대리님.”
세상이 좁아도 지나치게 좁은 것 같다. 어떻게 여기서 다시 만날 수가 있을까?
길에서 우연히 만났더라면 자연스럽게 말이라도 한번 걸어 볼 텐데, 하필이면 직장이라니.
그날은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설명을 하면 너무 구차해 보이려나.
하긴 뭐, 어차피 이달 말이면 퇴사할 건데.
그런데!
“신 대리, 여기 살아요?”
“네. 팀장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나도 이 동네 살아요.”
그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윤서의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빌라 건물.
한때 술기운에 취해서 이런 남자와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순간이 떠올라 자꾸만 가슴이 두근거린다.
상상으로는 이미 저만치 진도까지 뗀 참이라 괜히 숨이 막힐 정도로 어색했다.
하여간 술이 원수지.
눈을 감고 있는 것도 잘생겼고, 눈을 뜨고 있는 것도 잘생겼는데, 웃는 모습은 심각하게 잘생겼다.
부드럽게 휘는 눈매와 한쪽 볼에만 살짝 팬 보조개가 킬링 포인트.
엉뚱한 상상을 할 수밖에 없는 외모였다.
“내일 사무실에서 봐요.”
재경이 빌라 안으로 들어간 후, 윤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간신히 발길을 옮겼다.
“와, 존재 자체가 설렘 덩어리네.”
오늘 새로 온 팀장이 굉장한 미남이라는 소문이 사무실 전체에 퍼져 타 부서 사람들까지 괜히 들락날락거려 문지방이 닳는 줄 알았다.
마치 고등학교에 잘생긴 전학생이 온 것처럼 들떠 보이기까지 했다.
여직원들은 그에게 말 한 마디라도 더 걸어 보려 노력했고, 그는 적당히 상냥하게 굴었다.
어디까지나 오랜 영업직 생활로 길들여진 적정 수준의 매너.
한재경. 실제로는 어떤 남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