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면서 그녀에게 애인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슬픔 따위는 감히 덤빌 수조차 없는 배신감이 나를 갈갈이 찢어 놓았다. 그 남자를 찾아갔었다. 녀석도 나처럼 힘들어 하게 만들어 주리라 다짐하면서. 그리고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내가 사랑한 남자 그리고 그를 사랑한 남자의 이야기.
본문 발췌글
‘카톡, 카톡’
겨우 잠을 청한 성민은 카톡 알림 음에 눈을 떴다. 자신의 스마트폰을 확인해 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다시 눈을 감으려고 하는 순간 유품 상자 위에 올려진 아내의 스마트폰 화면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 답장이 없어서 걱정 많이 했어요. -
카톡창을 열어 본 성민은 순간 얼굴 표정이 굳어지고 말았다. 아까 본 “H”가 보낸 메시지다.
- 당신은 저에게 너무 과분한 사랑을 주고 있어요. 전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미안해요. -
아내의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성민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무서운 예감이 그의 머릿속에 먹구름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성민은 순간 유미의 스마트폰을 끄고 침대 위로 집어 던졌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이 터질 듯이 요동쳤다. 성민은 가슴에 손을 대고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뭐지? 설마. 아냐,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유미가 어떤 여잔데.”
고개를 떨어뜨리고 머리를 잡는 성민. 잠시 후 살짝 고개를 들어 아내의 스마트폰을 다시 쳐다보았다. 그러나 그냥 쳐다보기만 할 뿐 다시 켤 수 없었다. 아내의 스마트폰을 더 이상 들여다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보는 것 같았다. 그것을 켜는 순간 그 속에서 어떤 것이 튀어 나올지 너무 두려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