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몇 촌인지 짐작되지 않을 만큼 한참 뒤의 후손을 보는 기분은 복잡미묘했다.
그런데다 광기가 있는 것이 예전의 자신을 닮았다고 사람들이 말한다.
폭군이었던 황제가 후궁이 되어 살아가는 일상물.
수 해탈 라이프
- 본문중에서 -
배는 호수의 중앙까지 왔고 페샤는 후궁이고 황제고 간에 다 때려 부수고 싶었다. 모두 다 익사시켜 버릴까. 이중에 헤엄칠만한 인간은 없을 것 같은데.
페샤의 포악했던 성질은 쉽게 변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전생처럼 페샤를 꼬여내는 속살거림이 들렸지만, 지금의 페샤는 강철 정신으로 그런 것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순간 음험한 생각에 혹했던 것은 그만큼 지금 페샤는 오라지게 힘들기 때문이었다.
이제 멈춰도 될 것 같아 앉아서 쉬자 여기까지 올 때까지 한 번도 눈길 주지 않았던 황제가 말을 했다.
“여기까지인 건가? 아아, 짐이 자네의 체력을 생각하지 못했군. 사내라고는 하나 자네도 한 떨기의 꽃인 것을.”
“아닙니다. 반대편까지 한 번 왔다 갔다 해보지요. 폐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말입니다.”
페샤는 다시 일어나 노를 잡았다. 괜한 오기에 저 건방진 황제 놈에게 엿을 먹이겠단 심산으로 반대편에서 노를 젓는 뱃사공에게 눈치를 줬다.
그리고 또다시 지옥의 시간이었다. 이런 시부럴 놈. 아주 바닥에다가 패대기쳐질 놈. 저런 쌍놈의 새끼. 저걸 낳을 때 어미는 대체 뭘 먹었던 거야? 짐승의 고기를 먹었나. 사람 새끼냐, 저게.
반대편까지 갔다가 다시 원래대로 배가 돌아오는 동안 페샤는 속으로 욕이란 욕은 다 뱉었다. 그동안 곱게 먹으려고 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