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소개글]
낭랑 18세 꽃다운 나이 신현진.
호기심이 가득하고 생기가 가득 돌아야 할 청춘이지만 그 나이가 지닌 찬란한 빛만큼 어둠도 반드시 존재한다.
신현진 역시 그러하다. 자신이 가진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속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염증으로 가득 차있다. 그러던 차 짝사랑하던 소꿉친구 박건우에게 크나큰 상처까지 입고 새로운 이름 김다은으로 살아가기 결심한다.
미운 오리는 왜 아무도 사랑해 주지 않는데? 미운 오리가 사랑받을 수 없다면 백조가 되어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해 주겠어.
10년 만에 한국에 다시 돌아온 그녀, 우연히 박건우를 다시 만나게 되는데 놀랍게도 그는 신현진이 버린 옛 모습과 닮아 있다. 미운 오리가 되어버린 박건우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일까?
신현진의 진정한 사랑과 긍정자아 찾기 스타트!
-본문 중에서-
믿기 힘든 이야기였다. 누가 회계사가 되었다고! 숫자, 수학이라면 치를 떨던 건우가 아니었던가? 오히려 그는 내가 수학 과목에 좋은 점수를 받아오면 감탄하며 날 존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나를 이만큼 바꾸어 놓았다면 그 시간 동안 다른 사람도 당연히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쉽게 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내 눈앞에는 믿기 힘들 정도로 백팔십도로 달라진 박건우가 나타났다
마치 우리 각자의 모습은 10년 전 박건우와 신현진을 서로 바꿔치기한 것만 같았다.
참으로 내게 지금 이 상황은 너무 아이러니해서 솟구쳐 올라오는 당혹감을 좀처럼 누르기 힘들었다.
미리보기
“전 제가 읽은 소설 중 폭풍의 언덕을 가장 싫어해요.”
믿기지 않는 소리에 피식 웃음이 삐져나왔다.
“의외군요. 가장 싫어하는 책을 도서관에서 앉자마자 쉬지 않고 마지막 장까지 넘기시나요?”
“그럼 김다은 씨는요? 폭풍의 언덕을 읽고 나서 감상이 어떠하셨나요?”
“음…… 감상이어야 해봤자 제가 느낀 건 그 소설의 남주인공 히스클리프는 최고의 바보라는 사실 뿐이에요. 굳이 자신을 버린 여자를 놓지 못하고 집착하여 복수할 필요는 없었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제겐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직접 남주인공이 보여준 고전 소설이라고 할까요? 그럼 박건우 씨는 뭣 때문에 폭풍의 언덕을 가장 싫은 소설하는 소설로 뽑았는데요?”
건우는 시럽이 전혀 들어 있지 않는 아메리카노를 입 안으로 들이켰다. 나는 쓴맛 나는 아메리카노는 싫어했다. 그러나 건우는 언제나 그런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셨다. 그가 말했다.
“김다은 씨와 감상평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네요. 전 등장인물이 바보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히스클리프가 아니라 여주인공인 캐서린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히스클리프를 가장 사랑했음에도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캐서린을 매우 싫어했어요.”
재미났다. 건우와 폭풍의 언덕이라는 고전 소설을 주제로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될 줄은 꿈에라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었다. 예전의 그는 지독히도 책 읽기를 싫어했으니까.
“그럼 폭풍의 언덕이 가장 싫어하는 소설이라고 한 박건우 씨께서 가장 좋아하는 소설은 대체 무엇이죠?”
순전히 재미였다. 어떻게 보면 그와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즐거워 더 이야기를 끌고 나가려고 한 질문이었는지 몰랐다. 내 쪽에서는 가볍게 던진 물음을 건우는 잠시 침묵하며 진지하게 고민하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도 폭풍의 언덕이요.
“훗. 뭐예요. 그게. 상대방 웃기시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시네요.”
아무튼 변함없이 재미있는 녀석이었다. 그렇지만 내 웃음에 어설픈 미소를 지은 그의 표정이 어쩐지 어두워 보였다. 내가 잘못 느낀 것인가 고개를 갸웃거릴 때 건우가 한마디 덧붙였다.
“그래도 폭풍의 언덕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에게 다시 돌아왔거든요.”
그의 말에 나는 조용히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