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저요, 원래 운명이라는 거 안 믿었어요. 그런데 이제 믿을 것 같아요.
사람에게 한눈에 반한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는데…….”
국회의원의 고명딸로 언제나 혜택받은 삶을 누린 혜석.
우연히 보게 된 레스토랑 구인광고에 이끌려 일을 시작한
그녀는 상큼한 사과 향 가득한 매니저, 신하원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와 사장 미나와의 관계를 오해한 혜석은 하원을 피하기만 하고,
하원은 왜인지 그녀의 오해를 풀어주지 않는다.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나와 변호사의 길을 선택한 하원은
자신을 도와줬던 미나를 돕기 위해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한다.
그때 그의 눈앞에 나타난 눈부신 그녀, 혜석.
복수에 대한 집념 아래 고통 받던 그를 구원해준 혜석에게
하원은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보여주는데…….
“매니저님은 운명이라는 게 있다고 믿어요?”
“운명? 그런 게 존재한다고는 생각했지만 나하고는 상관없는 거라고 느꼈는데.”
다소 차가운 말투에 혜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괜히 헛기침을 했다.
“뭐가 묻고 싶은 건데?”
“언제부터 날 좋아하게 됐나요?”
아주 잠시 뜸을 들이던 하원이 자세를 똑바로 고쳐 잡고 앉았다.
“언제부터 널 알게 되었냐고 묻는 게 먼저이지 않아?”
“네?”
“삼 년 전쯤 책을 주웠어. 그 책을 주웠을 때 꼼꼼하게 채워진 메모를 읽고
궁금하긴 했지. 이름이 조금 특이하잖아? 혜석이라는 이름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푸르른 날이 시작될 너에게’라고 써져 있었는데 내가 듣고 싶은 말이었을 거야. 그 시기의 난 무척 위태롭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상태라서.”
“이것저것 너무 말도 안 되는 거 많이 적혀 있어서…….”
“그게 좋았어. 정말 닳도록 읽은 것 같아.
동글동글한 글씨체도 좋았고 낙서처럼 써져 있는 글귀도 좋았고.
그냥 그 푸르른 날이 시작될 너에게…… 그 말이 잊히지 않아서.
쉬웠어, 혜석이라는 이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학에 딱 한 명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