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흐름에 꼭두각시로 스러져간, 무대 위에 꼭두각시로 서야했던 무관황제(無冠皇帝). 그에게는 휘몰아치는 풍운 속에서도 오연(傲然)할 수 있는 기상(氣象)이 있었고, 운명(運命)을 비웃을 줄 아는 배짱이 있었다. 때론 경쾌하게 끓는 피를 질타할 것이고, 때론 슬프게 우리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들리라. 오…… 그대의 이름은 무관황제(無冠皇帝). 찬란한 면류관 대신 모든 이와 더불어 하늘을 이고자 하니……. 저주를 웃음으로 받고, 죽음을 친우로 삼아. 대륙의 피보라 속에서 찬연한 태양으로 솟아오를 때까지 나는 무관의 황제로서 만승의 용상(龍床)대신 모든 이와 더불어 대지를 베개삼고자 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