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인데, 엄마 이후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내 소중한 인연인데. 이젠 다신 잃지 않아도 된다고 믿었던 인연인데. 사랑했는데……. 많이, 참 많이 사랑했는데……. 토하고 싶었다. 모두 다 토하고 싶었다. 어젯밤 먹었던 것들을, 몸속에 배인 지완을, 다신 돌이킬 수 없는 지완의 배신을, 그를 이토록 믿어버린 병신 같은 자신을, 그를 이만큼 사랑해버린 애처로운 자신을.
- 하은채
항상 궁금했었다. 항상 곱씹었었다. 여자가 갑자기 증발해야 할 이유를, 그에게 안녕조차 제대로 고하지 않고 종적을 감춘 이유를. 그래도 알 수 없었다. 4년을 매달려도 그 답 하나 찾을 수 없었다. 갑갑했고, 갑갑해서 더 원망스러웠었다. 이젠 알아도 되지 않을까? 4년이나 흘렀는데, 4년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