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2010년 종이책 출간작입니다.
네 시선, 목소리, 행동 하나하나에 다 고스란히 배어 있어.
네가 숨기고 싶어 하는 그거 말이야.
차가운 이성을 지닌 냉철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소유자, 선우지언.
그 누구도 손 댈 수 없는 공간에 그녀를 두자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안심하며 살고 싶다는 부질없는 욕심도 부려본다. 얼마든지 미칠 수 있다, 그녀만 허락해 준다면.
“내게 틈을 보이지 마라. 네게 다가갈 시간을 허용하지 마라, 절대.”
밝은 미소 뒤에 감추어진 위태로운 사랑과 가슴에 품은 과거의 기억, 민은지
처음 본 그 순간부터 그는 지독한 갈증을 느끼게 만들었다. 촘촘한 속눈썹과 기다란 손가락. 직선으로 곧게 뻗은 허리와 넓은 어깨. 얼굴을 느리게 돌리는 단정한 행동 너머로 보이던 검은 두 눈동자까지. 그리고 그 모습 그대로 다가왔다, 만질 수 없는 금단의 관계로.
“안고 싶고, 만지고 싶은데…….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내 남자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까지 부리게 될까봐.”
기묘한 문양의 검붉은 빛 바닥을 따라 걸으니 절제된 조명으로 어둠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호텔 라운지가 드러났다.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전면 유리창으로 다가서서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이며 희미하게 보이는 바쁜 밤거리를 동공에 가두었다.
발밑에서 자그마한 점이 되어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
화려한 네온사인과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 수많은 건물.
하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그녀만이 존재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