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는 나를 소개하는 것이 두렵다.
나이는 올해로 스물. 얼굴에는 큰 화상 자국이 있는, 참으로 보기 흉한 여자이다.
승상이었던 아비가 역적으로 몰린 후 가문도 가족도, 한순간에 전부 다 잃었다.
약하디약한 나는 복수할 용기도, 다시 살아갈 의욕도 가지지 못했다.
그렇게 천천히 죽어 가던, 아니, 죽은 채로 있던 내 앞에 어느 날 천호가 나타난다.
나와는 달리 삶에 대한 의지로 가득 찬. 생사의 갈림길에 있으면서도 생기 넘치는. 그래서 도무지 눈을 뗄 수 없는 남자.
그가 신경 쓰였다. 그를 돕고 싶었다. 그를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난, 죽어 가는 그를 살리기 위해 내 몸을 바쳐 주술을 걸었다…….
* * *
“천호, 너는 눈부시다.”
서서히, 내게 시를 읊어 줄 때처럼 들뜬 마음을 애써 억누른 차분한 목소리로 그녀는 말한다.
“생을 아까워하고, 그렇기에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늘 높은 곳을 바라보며, 긍지를 잃지 않고……. 그런 삶을 사는 네가……. 나는 진심으로 부럽다.”
자신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것일까. 쑥스러웠다.
“겁쟁이인 내가 너와 같아질 수는 없겠지만, 하다못해 너와 함께하며 네 꿈을 받쳐 주고 싶다. 나 혼자서는 이룰 수도, 다가갈 수도 없던 꿈이지만 너라면 이뤄 낼지도 몰라. 그러니 너에게 내 목숨을 걸고 싶다.”
서우가 간절히 내 손을 들어 올렸다.
“부디 나를 데려가라. 더는 시체처럼 살고 싶지 않다. 나도 이 세상으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고 맞서고 싶다…….”
긴 이야기를 마치고, 허락을 구하듯 서우는 나를 바라봤다.
그 진심이 담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까와 같은 당혹스러움은 없었다.
여전히 내키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서우를 위험에 빠트리고 싶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그녀의 의지는 존중받아야 마땅했다.
“좋다, 함께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