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데이먼, 난 너의 장난감이 아니야. 그리고 널 사랑했던 헤리안 밀러는 여기 없어. 나도 잊을 거야. 너처럼 모조리.”
23살의 봄, 헤리안의 행복을 위해 왕위에 오르겠다고 말하던 연인 데이먼은 반역죄로 죽었다. 그를 잃고 앓아가던 헤리안은 데이먼을 그리다 눈을 감는다.
그런데 생애 마지막 순간 신에게 빌었던 간절한 기도가 통했던 걸까. 헤리안은 데이먼이 살아 있는 과거에서 눈을 뜬다. 그녀는 데이먼의 죽음을 막겠다는 결심 하나로 살았다.
그렇게 데이먼의 생은 이어졌다.
하지만 결혼을 약속하고 떠난 데이먼이 전쟁 영웅이 되어 돌아온 그 계절. 그의 옆에는 헤리안이 아닌, 그녀의 절친한 친구 안나가 있다. 배가 볼록하게 부른 채로.
“넌 항상 그랬어. 당연하게 내가 왕이 되지 못할 것처럼 얘기했지. 안나를 만나고 모든 의문이 풀렸어. 잘 지켜봐. 누가 왕위에 오르는지.”
배다른 자신의 형과 헤리안이 부적절한 관계라고 확신하는 데이먼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의 아이를 가진 안나는 한숨을 쉬며 이야기한다.
“헤리안, 네 존재가 데이먼한테는 독이었어. 그이가 그러더라. 네가 자기를 망가뜨렸다고.”
의미 없는 삶은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헤리안은 죽음을 결심한다. 그런데.
“날 봐요. 그리고 날 원해 줘요. 그럼 내가 당신을 살게 할게요.”
단 한 번 본 게 전부인 이턴 공작이 그녀를 구해내고 서슴없이 다가온다.
“원하는 게 뭐예요? 득이 없는 친절은 베풀지 않는 분이시잖아요.”
“내가 원하는 건 헤리안. 당신이에요.”
그가 입매를 휘며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