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나 같은 거 좋아하지 마. 잘난 새끼가.”
한때 좋아했던, 한때 미워했던,
한때 동경했던, 한때 상처 입혔던,
사실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던,
첫사랑과의 재회.
금메달을 들고와 고백하는 정수민에게서
최정오는 오직 의아함과 열등감만을 느꼈다.
고등학교 시절, 최정오는 정수민을 동경했다.
그때, 최정오는 정수민을 죽도록 미워했다.
그때, 최정오는 정수민의 다리를 부러뜨렸다.
그런 최정오를, 정수민이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진짜 수영이 싫은 거면 그냥 그만둬. 정수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근데 그냥 지는 게 무서운 거면. 그럼 해. 져도 되니까.
져도, 남들이 다 욕해도, 그래서 죽고 싶어도, 나는 잘했다고 해줄게."
"……."
"잘해냈다고."
***
너는 내가 속이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사람이다.
실망하지 않을 테니까. 기록이 십 초가 느려져도,
내가 더는 빨라지지 못한대도, 내가 아무것도 아니어도.
너는 분명 나를 정수민이라고 불러줄 거다.
스물아홉 번의 턴.
헤엄치고 다시 헤엄쳐 되돌아오는 동안,
나는 너를 생각했다.
"넌 나만 좋아해야 해."
내가 아무리 한심하고 초라해도.
"난 너만 좋아해. 너 좋아하는 거, 절대 안 그만둬."
나 자신을 잘못되지 않았다고 여기기까지 얼만큼의 사랑이 필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