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소개
선천적으로 공감각 능력을 타고난 서우. S라는 이름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던 서우는 청각 자극이 색채로 보인다. 모든 소리는, 소음이다. 혼탁하고 잡음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던 서우에게 어느 날, ‘보이지 않는’ 소리가 들린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특별하다.
그는 누가 온 것도 모르고 처음 듣는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가사는 한국어인 듯 했지만, 그 이상은 알 수 없었다. 아니, 다른 것에 신경 쓸 수 없었다.
그 목소리가.
가사는 불분명했으나, 목소리만큼은 또렷했다. 이렇게 가까이 왔는데도 여전히 목소리는 ‘보이지’ 않았다. 서우는 정신없이 그 모습에 빠져들었다. 훤칠하게 키가 크고, 검은 머리를 짧게 친, 눈썹이 짙고 굵은 남자였다.
묵직한 저음이 이렇게 맑을 수가 있나.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서우가 한 걸음을 더 내딛자, 신발 아래에서 무언가가 뚝 하고 밟혔다. 나뭇가지였다.
그러자 노래는 뚝 끊기고 남자가 서우를 돌아보았다. 눈매가 생각보다 매서웠다. 서우는 변명해야겠다고 느꼈다. 몰래 훔쳐 들어서 미안하다고, 사과라도 해야 하나. 노래를 더 듣고 싶은데.
정확히는 그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었다. 눈을 피로하지 않게 만드는 소리는 처음이었다. 서우가 머뭇거리는 사이, 남자는 스윽 몸을 일으켰다.
“누가 있는 줄 몰랐어요. 죄송합니다.”
“아, …….”
정중하게 사과한 남자는 곧장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 잠시만, 하고 부를 틈도 없었다. 서우는 그의 목소리를 청각으로만 감각했다. 모든 소리는 색채였는데. 그의 목소리는 ‘아무것도’ 없었다. 서우가 정신을 차리고 그를 쫓아가려 할 때, 이미 남자는 모습을 감춘 뒤였다.